지난 7월 중국의 ‘3중전회(중앙 경제작업회의)’를 앞두고 세계 투자자들은 중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중국 내수 시장의 부동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경제 회복이 더디자, 인위적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는 움직임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고품질 성장”과 “과학기술 혁신” 등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후 중국 경제는 명확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침체 국면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18일, 세계 경제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예상보다 큰 폭인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2년간 이어진 통화 긴축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는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미국 경제가 다시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 국면으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경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중국도 지급준비율(RRR) 인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사실상 경기 부양에 나섰다. 세계 투자자들은 이에 환호하며 중국의 공격적인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고압경제’로의 전환
이번 미국과 중국의 정책 전환은 모두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라는 경제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 고압경제는 팬데믹과 같은 비상 경제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과 완화적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를 과열 상태로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이제는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연준의 빅컷(big cut)과 중국의 부양책 발표는 각국이 이제 물가 안정보다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연준은 물가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를 완화하고 경기를 뜨겁게 달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중국 역시 경기 부양을 통해 5% 이상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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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딜레마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고압경제’ 전략 속에서 한국은 다소 소외된 모습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모두 보수적인 경제 접근 방식을 유지하며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계 부채의 급증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대출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으나, 이는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확장적 재정 정책에 소극적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 회복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만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연준과 중국의 고압경제로의 전환에 비해 한국은 이를 대응할 수 있는 거시경제 정책 수단이 부족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국 역시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 여력 감소 신호
미국과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책 대응 부족은 경제 성장 여력의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팬데믹 초기 한국 역시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동학개미운동’과 같은 활발한 주식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후 2년에 걸친 고물가와 금리 인상은 소비 심리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경제 성장의 동력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스스로의 성장 잠재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가 점점 더 크게 들린다.
미국과 중국이 고압경제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보수적인 경제 정책 기조는 글로벌 경제 흐름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과감한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을 더욱 빠르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대전환 속에서 한국의 경제 정책 방향은 더욱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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