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 김기자 = 미국 의회가 한국 정부의 플랫폼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을 문제 삼으며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디지털 무역 마찰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안은 구글과 애플 같은 미국 디지털 기업들이 한국의 새로운 규제에 따라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공화당 소속 캐럴 밀러(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밀러 의원은 한국이 플랫폼 관련 규제를 통해 자국 디지털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필요 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로 미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미국 대통령이 보복 관세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다.
한국 규제가 불러온 미국 의회의 반발
캐럴 밀러 하원의원은 한국의 플랫폼경쟁촉진법을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경제·안보 파트너이지만, 한국 정부의 차별적인 경제정책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은 511억 달러 규모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한국은 플랫폼경쟁촉진법 개정을 통해 중국의 테크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미국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통해 플랫폼경쟁촉진법 개정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을 포함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칙 행위를 규제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었으나,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 테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 논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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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반발과 법안 발의 배경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이번 법안은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내 컴퓨터통신산업협회는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을 회원사로 둔 단체로, 이들은 한국의 플랫폼법 개정안이 미국 기업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럴 밀러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 디지털 기업을 사전 지정하거나 사후 추정을 통해 차별적인 규제를 부과할 경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0일 이내에 미국 의회에 통상에 미치는 영향과 무역협정 위반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미 상무부 장관은 보고서를 토대로 △WTO 분쟁 제소, △무역법 301조 조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 분쟁 해결 절차 개시, △미국 무역 보호를 위한 한국과의 협정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밀러 의원은 “한국의 플랫폼경쟁촉진법은 반독점법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이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 다양한 상품 제공 금지, 그리고 불공정 거래 조사 착수 시 문제가 없더라도 한국 정부가 중지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등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 태도와 미국 기업의 반발
특히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한국의 플랫폼경쟁촉진법 개정안이 중국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주요 IT 기업들이 한국 정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이 무역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캐럴 밀러 의원은 법안 제출 후, “한국의 규제 정책이 결국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디지털 플랫폼을 규제하는 한국의 새로운 법안이 중국 기업의 기술력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미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러한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을 통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의회 내 일부 의원들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더 큰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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