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로 확정되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이시바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정식으로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매우 치열한 경쟁을 보였으며, 이시바의 승리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선투표에서 그는 전체 415표 중 절반을 넘는 215표를 확보하며 상대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을 압도적으로 이겼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으며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1차 투표에서는 전체 736표 중 154표를 얻어 2위에 그쳤으나, 결선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시바 시게루의 전향적인 역사관
이시바 시게루는 자민당 내에서도 비교적 전향적인 역사관을 가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병합하고, 강제적으로 이름을 바꾸게 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것이 현재 여러 문제의 근원이라고 언급하며,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자민당 내에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입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시바가 보수 정치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자민당의 기존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고수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이시바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자민당 내 보수파의 입장을 고려할 때 그가 총리로 취임한 후에도 일정 부분 보수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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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내 경쟁과 이시바의 승리 요인
이번 선거에서 이시바의 승리는 상대 후보들의 약점이 부각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결선 상대인 다카이치 사나에는 지나치게 우파적인 성향을 보여, 일본 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카이치는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는 외교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2013년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이러한 외교적 부담 때문에 다카이치의 총리직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졌고, 이시바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시바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내에서 그리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 그가 과거 총재 선거에서 여러 차례 낙선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승리는 더욱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그의 안정적이고 온건한 이미지가 다카이치와 같은 강경 우파 후보에 대한 우려를 상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시바의 안보 정책
이시바 시게루는 방위청 장관과 방위상을 역임하며 안보 분야에서도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일본의 헌법 9조에 자위대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개정을 지지하며, 이를 통해 일본이 공식적인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시바는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시키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자민당 내 보수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이시바는 미국과의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이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 내에서 공동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이시바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창설을 주장하며,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안보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
이시바의 당선은 한-일 관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역사 문제에 있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자민당의 전통적인 보수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의 역사적 갈등을 어느 정도 완화하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은 있지만, 독도 문제나 강제동원 배상 문제 등에서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이시바의 당선에 대해 “한일 양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할 파트너”라며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간의 외교 관계는 이시바의 집권 이후에도 기본적인 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정치적 과제
이시바는 취임 이후 곧바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파벌 비자금 문제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민당은 차기 총선에서 어려운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는 중의원 조기 해산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중의원 조기 해산 가능성은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이시바는 당선 후 일본의 경제와 외교, 안보 분야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으며, 자민당 내 보수파들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정책을 조율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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