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첫 세종청사 회동]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30일 기획재정부 세종청사를 방문하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며,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간의 공조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만남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만남은 특히 10월 중 열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져, 금융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금리 인하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국은행 총재의 세종청사 첫 방문]
이 총재의 이번 세종청사 방문은 한국은행 총재로서 최초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지난 2월 최 부총리가 기재부 장관으로서 네 번째로 한국은행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총재는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과거에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간 교류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거시 경제의 두 축으로서 정보 교류와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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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도 이에 대해 “그동안 한국은행과 기재부 간의 관계는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다소의 긴장 관계가 있었으나, 이제는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화답하며, 양 기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 총재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가계 부채와 집값 등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해 금통위원들과 논의한 바 없다”며, “현재로서는 노코멘트”라는 답변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즉각적인 발언을 삼갔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해서도 “부동산 가격에 대한 발언은 많은 관심을 받는 사안이므로, 오늘은 대답하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상위권대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필요성 강조]
이날 회동에서 이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이 제안한 ‘상위권대 지역별 비례선발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어느 대학이든 학생을 다양성을 고려해 선발하는데, 우리나라는 성적순으로만 선발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강남 지역의 자녀들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한 “정책 집행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에 좋은 정책을 계속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며, 정책 개선을 위한 제안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구조적 이슈를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조 개혁’과 ‘역동 경제’에 대한 논의]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이어서 비공개로 150여 명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직원들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주제로 80여 분간 진행된 이번 미팅에서, 양측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최 부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역동 경제’와 이 총재가 강조해 온 ‘구조 개혁’ 이슈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 위기를 언급하며, “성장잠재력 약화, 사회이동성 저하, 인구 오너스 등의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인 경기 문제로 보이는 많은 사안들도 그 근본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 또한 “낡은 경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부분적으로만 수리해나가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며, “구조 개혁은 모든 계층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지만,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은 금리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 발표보다는 통화-재정 당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로 인해 향후 양측 간의 정책 공조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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